가짜 동전이라고 하면 어설픈 초상이나 삐뚤어진 글자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역사 속 위조주화에는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값싼 금속으로 중심을 만들고 표면만 은이나 금으로 입히면 짧은 거래 순간에는 진짜 귀금속 주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옛 화폐 감별은 문양을 보는 눈썰미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목차
도금 위조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영박물관에는 로마 공화정과 제정 시기의 은도금 위조 데나리우스가 남아 있다. 원래 은화여야 할 동전의 중심부를 구리 합금으로 만들고 겉에 은을 입힌 사례다.
중세에도 비슷한 발상이 이어졌다. 피츠윌리엄박물관에는 리처드 2세 시대 금화인 하프 노블을 흉내 낸 동시대 위조품 가운데 은으로 몸체를 만들고 겉에 금을 입힌 사례가 전한다.
금화를 모방하면서 중심재료로 은을 쓴 사례도 있다. 위조범이 늘 가장 싼 금속만 고른 것은 아니었으며 겉모습과 무게, 색을 진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를 조합할 것인지도 위조기술의 일부였다.
도금이 잘 남아 있는 동안에는 외형만으로 가짜를 알아보기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이 닳거나 긁힐 때 내부 금속이 드러나면 그제야 의심할 단서가 생긴다.
위조범의 목적은 완벽한 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에서 의심을 피할 정도로 비슷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마모된 표면이 가짜의 속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금 위조에는 약점이 있었다. 동전은 계속 손에서 손으로 이동하고 다른 금속과 부딪힌다. 얇은 귀금속층이 닳으면 안쪽의 다른 금속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영박물관에는 겉의 귀금속층이 사라지고 구리 합금 중심부가 드러난 위조 주화도 보존돼 있다. 색이 다른 부분, 표면이 벗겨진 흔적, 정상 주화와 다른 재료감은 거래자에게 의심의 단서가 됐다.
다만 오래 닳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정상 주화도 마모되기에 감별에서는 정상적인 유통 흔적과 재료 자체가 다른 위조 흔적을 구분해야 했다.
시금석은 무엇을 확인하는 도구였을까
눈으로만 확인하기 어려울 때 귀금속의 성질을 시험하는 방법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시금석(touchstone)이다.
확인하려는 금속을 어두운 돌에 문지르면 금속 자국이 남는다. 그 자국을 순도를 알고 있는 기준 금속과 비교해 귀금속의 성질을 가늠했다.

대영박물관은 이 방식이 고대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물건을 녹여 없애지 않고 비교한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다만 표면만 교묘하게 도금한 물건은 시금석 한 번으로 내부까지 완벽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도구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달랐다.
진짜 주화와 비교하는 경험도 감별 기술이었다
확실한 진품을 옆에 놓고 비교하는 방법도 널리 쓰였다. 초상의 비례, 글자의 형태, 문양의 세부, 테두리와 주조 상태를 반복해서 본 사람은 낯선 차이를 더 빨리 알아챘다.
정밀장비가 없던 시장에서 경험 많은 상인이나 환전상의 눈은 하나의 도구였다. 같은 종류의 금화와 은화를 반복해서 다룬 경험이 쌓일수록 정상적인 모양과 그렇지 않은 특징을 구별하기 쉬워졌다.
오늘날 박물관과 화폐학에서도 진품 표본 비교는 기본적인 판단과정에 속한다. 오래된 감별 원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공식 기관은 금속의 순도까지 검사했다
개인 거래의 빠른 판단과 국가의 품질검사는 목적이 달랐다.
왕립조폐국 박물관에는 1477년부터 이어지는 금·은 시험판(trial plate) 자료가 남아 있다. 공식적으로 순도가 정해진 기준물과 주화의 금속 성분을 비교하는 데 쓰였다.
영국의 Trial of the Pyx에서도 조폐된 주화의 무게와 금속 조성이 규정에 맞는지 검사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여기서는 위조주화를 찾아내기보다 조폐소가 만든 공식 화폐가 약속된 기준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이 차이를 염두에 두면 ‘화폐 감별’도 시장의 실무와 공식기관의 검사라는 두 층으로 나뉜다. 시장의 상인은 이미 유통 중인 동전이 진짜인지, 받아도 되는지를 판단했다. 이에 반해 조폐기관은 자신들이 생산한 주화가 공식 규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검사했다.
한쪽은 거래위험을 줄이기 위한 감별이고, 다른 한쪽은 발행기관의 품질관리다. 비슷한 저울과 금속검사를 사용하더라도 목적은 같지 않았다.
감별법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달랐다
눈으로 문양을 비교하는 방법은 빠르지만 금속 내부까지 알 수 없다. 무게가 정상이라고 해서 순도도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다. 시금석은 귀금속의 성질을 비교할 수 있지만 모든 유형의 위조를 한 번에 판별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겉모습은 진품과의 비교가, 중량은 저울이, 귀금속의 표면 성질은 시금석이, 조폐소의 품질은 시험판과 공식 검사절차가 확인했다. 어느 하나가 만능검사였던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검사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 위조의 빈틈을 줄여갔다. 옛 금화·은화 감별의 실제 모습은 한 가지 비법보다 이런 검사방법의 조합에 가까웠다.
참고자료
The British Museum, 로마 공화정·제정기의 은도금 위조 데나리우스 및 구리 합금 코어 소장 자료
The British Museum, 금 순도 감별용 시금석 관련 자료
The Fitzwilliam Museum, Richard II 하프 노블의 동시대 도금 위조품 자료
The Royal Mint Museum, Trial Plates·Trial of the Pyx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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