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폐의 역사

동전 가장자리에 글자와 톱니가 생긴 이유, 주화 보안기술의 변화

by 가온킴 2026. 9. 6.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자세히 보면서도 옆면은 지나치기 쉽다. 귀금속 주화가 널리 쓰이던 시대에는 이 좁은 부분이 중요한 보안공간이었다. 가장자리에 아무 표시가 없으면 금이나 은을 조금 잘라낸 뒤 표면을 다듬어 흔적을 숨길 수 있지만, 둘레 전체에 글자나 규칙적인 홈이 이어져 있으면 일부를 잘라내는 순간 패턴이 끊긴다. 동전의 옆면이 장식이 아니라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면으로 바뀐 것이다.

매끈한 테두리를 규칙적인 패턴으로 바꾸다

손으로 망치질해 만든 주화는 가장자리 모양이 완전히 일정하지 않았다. 금속 원판의 크기와 테두리가 제각각이면 일부를 잘라낸 뒤에도 원래부터 불규칙한 주화처럼 보이기 쉽다.

17세기 찰스 2세 시기 영국에서는 기계식 주조와 함께 가장자리 가공이 본격적으로 활용됐고 이 과정에는 피에르 블롱도(Pierre Blondeau)가 들여온 가장자리 가공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서 주목할 변화는 프레스 자체보다 동전 둘레를 반복 가능한 보안표시의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원판의 크기와 테두리가 일정해지자 둘레 전체에 글자나 무늬를 이어 넣고, 그 연속성이 깨졌는지 살피는 방법이 가능해졌다.

잘라낸 흔적이 숨어버리기 쉬운 불규칙한 테두리가, 손을 대는 순간 표시가 깨지는 규칙적인 테두리로 바뀌었다.

‘DECUS ET TUTAMEN’은 장식이자 보호였다

찰스 2세 시대 일부 영국 주화의 가장자리에는 라틴어 DECUS ET TUTAMEN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대략 ‘장식이자 보호’라는 뜻이다.

문장의 기능은 이름 그대로였다. 보기 좋은 장식이면서, 동시에 가장자리를 잘라냈을 때 글자가 사라지거나 끊어져 훼손 사실이 드러나는 장치였다.

이 방식은 거래자에게 새로운 확인법을 제공했다. 매번 저울을 꺼내지 않아도 문장이 온전히 이어지는지, 홈이 갑자기 끊기지는 않았는지 눈으로 먼저 살필 수 있었다. 보안기술이 계량도구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거래에서 의심스러운 주화를 빠르게 가려낼 단서를 늘려줬다.

대영박물관의 1663년 ‘Petition Crown’ 자료에도 가장자리 표시와 클리핑 방지의 관계가 남아 있다. 주화의 앞뒤 문양뿐 아니라 옆면까지 설계 대상이 된 시기였다.

라틴어 문구와 규칙적인 패턴이 새겨진 17세기 영국 주화 가장자리
영국 주화의 가장자리에는 규칙적인 홈과 글자가 사용됐으며, 일부를 잘라내면 문장이나 패턴이 끊겨 훼손 여부를 알아보기 쉬웠다.

 


18세기에도 개선은 이어졌다. 조지 2세 시대에는 금화 가장자리가 갈려 나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글자의 위치와 그레이닝(graining) 방식이 조정됐다는 왕립조폐국 자료가 남아 있다.

오늘날의 톱니는 오래된 보안기술의 후손이다

가장자리 표시만으로 클리핑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래된 망치 주조 은화와 새 기계주화가 함께 유통되는 동안에는 규격 차이가 계속 존재했고, 위조범도 새로운 기술에 적응했다.

보안은 한 가지 장치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일정한 직경과 두께, 정교한 앞뒤 금형, 가장자리 글자와 홈, 조폐소의 품질검사가 서로 보완했다.

글자형 가장자리와 톱니형 가장자리도 역할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문장을 새기면 특정 부분이 잘렸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쉽고, 일정한 세로 홈은 둘레 전체의 연속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시대와 액면, 조폐기술에 따라 다른 방식이 선택됐다.

주화의 규격이 일정해지자 이전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옆면까지 검사 가능한 공간이 됐다. 가장자리 보안의 변화는 ‘톱니무늬 하나의 발명’보다 이 규격화 과정에 더 가깝다.

현대 동전에서는 과거처럼 가장자리의 귀금속을 떼어내는 문제가 중심 과제가 아니다. 그래도 미국 조폐국처럼 plain, reeded, lettered, decorated edge를 구분하고 일부 귀금속 주화에 추가적인 가장자리 보안요소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오늘날 동전 옆면의 작은 홈은 너무 익숙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17세기의 귀금속 주화에서는 그 좁은 둘레가 잘려나간 금속을 찾아내는 검사선이었다. 같은 공간이 시대에 따라 클리핑 방지, 위조 억제, 촉각 구분 같은 다른 기능을 맡아왔다.

 

참고자료
The Royal Mint Museum, Charles II 시기의 기계식 주조와 edge lettering·milling 관련 자료  
The British Museum, Charles II ‘Petition Crown’과 가장자리 표시 관련 자료  
The Royal Mint Museum, George II 시기의 edge lettering·graining 개선 관련 자료